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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자원 기업은행 노조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04-04-07
‘나눔의 집’ 자원 기업은행 노조
[한겨레] “조합원 월급서 5천원씩 모아위안부 할머니에게 함박웃움”



일제의 고통을 잊지 못하는 위안부 할머니에게 따뜻한 경제적 도움의 손을 내민 사람들이 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지난 3월부터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머물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 12명에게 매달 20만원씩을 보내기 시작했다. 지원은 할머니들이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된다. 지원금은 조합원들이 매달 5천원~1만원 가량을 월급에서 떼 마련하고 있다.

김봉수 조직국장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언론에는 많이 알려졌지만, 실제로 도움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있었다”며 “가장 필요한 게 뭐냐고 여쭸더니 속옷 등 생필품이라고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지난달 19일 지원약정식 때는 노조간부 등 8명이 할머니들을 찾아, 내복과 치약 등 200만원 어치의 생필품도 전해드렸다. 할머니들은 “가을에 텃밭 옥수수가 자라면 같이 삶아 먹자”며 이들의 손을 잡았다. 조합원들은 앞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나눔의 집이 추진중인 전문요양시설 건립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7일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대사관앞에서 연 수요집회에는 노조 간부 등 5명이 참석했다. 조합원들은 “전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위안부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우리 같은 피해자가 없어질텐데 왜 진작 집회 등에 참석하지 않았느냐”는 꾸중()을 듣기도 했지만 뜻깊은 행사였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소리없이 해야 되는 일인데 알려지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하지만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1995년부터 백혈병 어린이, 지난해부터 혼자사는 노인과 소년소녀 가장들을 돕고 있다. 30여명의 백혈병 어린이들에게는 달마다 650만원, 40여명의 소년소녀 가장과 혼자사는 노인들에게는 달마다 54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백혈병 어린이 돕기에는 2천여명, 혼자사는 노인 돕기에는 1천여명의 조합원이 동참하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를 돕게 된 것도, 혼자사는 노인들을 지원하면서 좀더 뜻깊은 일을 찾은 게 계기가 됐다. 노동조합은 지원사업을 늘려, 앞으로 독립유공자 자녀들도 도와줄 계획이다.

김 조직국장은 “노동조합이 조합원 위주로 활동하다보니 사회참여 활동이 적었다”며 “국민의 돈으로 운영하는 국책은행에서 일하는만큼 일부라도 사회에 환원하는 게 당연하다는 게 대다수 조합원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 2004-04-07 20:4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