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할머니들 뜻에 어긋나 죄송
한·일 공식합의 부인할 수 없지만
문제 해결됐다 받아들일 수 없어”
할머니들 “일본에 사죄 받아야”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8명을 초청한 청와대 오찬에서 “할머니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위안부 피해 당사자에게 사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지난 합의가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했다”며 “할머니들께서 편하게 여러 말씀을 주시면 정부 방침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체결된 합의에 대한 사실상의 파기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위안부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고, 청와대는 “피해자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정하겠다”고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전에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있는 위안부 피해 김복동 할머니를 문병하고 “할머니들께서 바라시는 대로 다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정부가 최선을 다할 테니 마음을 편히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할머니는 “총알이 쏟아지는 곳에서도 살아났는데 이까짓 것을 이기지 못하겠는가”라며 “일본의 위로금을 돌려보내고 법적 사죄와 배상을 받아야 우리가 일하기 쉽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독립유공자와의 청와대 오찬에 김 할머니를 초청했고, 지난해 추석 연휴 때도 전화로 안부를 물은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정숙 여사와 함께 오찬에 늦은 한 할머니를 15분간 서서 기다렸다가 함께 입장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일본의 공식 사죄를 요구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이) 소녀상을 철거하라는데 소녀상이 무서우면 사죄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도 “73년을 기다렸는데도 (일본은) 아직 사죄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오는 10일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신년사 발표를 겸한 기자회견을 한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공식 회견은 지난해 8월 17일 취임 100일 때에 이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20분간 신년사를 통해 새해 국정운영 기조를 밝힌 뒤 1시간가량 기자들의 질문에 답할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회견은 사전에 질문과 질문자를 정하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문 대통령 “위안부 합의 잘못돼 … 대통령으로서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