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송신도할머님 별세. 현재 일본군'위안부'피해 생존자 32명
작성자
나눔의 집
작성일
2017-12-22
첨부파일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재일 ‘위안부’ 피해 송신도 할머니 별세

등록 :2017-12-19 16:49수정 :2017-12-19 20:43

  • 페이스북
  • 트위터
  • 스크랩
  • 프린트

크게 작게

16살 때 끌려가 ‘위안부’ 생활 강요당해
일본 정부 상대로 10년간 법정 소송
‘위안부’ 피해자 고 송신도 할머니. 한겨레자료사진
‘위안부’ 피해자 고 송신도 할머니. 한겨레자료사진
일본에 거주하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로서 유일하게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죄와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했던 송신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이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32명 밖에 남지 않았다.

 

송신도 할머니는 지난 16일 오후 도쿄도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재일조선인위안부재판을지원하는 모임’이 19일 밝혔다. 지난 11일 95살 생일을 지낸 지 닷새 뒤였다.

 

송신도 할머니는 1922년 충청남도에서 태어나 만 16살이던 1938년 속아서 중국 무창(현재 후베이성 우한)의 위안소 ‘세계관’으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조금이라도 거부할 땐 여지없이 구타가 따라왔다. 옆구리와 넓적다리에 남은 칼 자국, 팔에 새겨진 가네코(金子)라는 이름 문신은 아픈 과거를 그대로 보여준다. 여러 번 임신 끝에 두 아이를 낳았지만, 키울 수 없는 처지라 남모르는 중국인 손에 맡겨야 했다.

 

7년 동안 여러 위안소를 끌려다니다가 일본의 패전을 맞았지만, 갈 곳이 없던 상황에서 “결혼하고 일본으로 가자“는 일본군인의 말에 속아 일본으로 갔다. 1946년 봄 배로 하카타 항에 도착하자 군인은 그를 버렸고, 그는 재일 한국인 남성을 만나 1982년까지 함께 살았다.

 

이런 할머니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것은 일본의 양심적 시민들이었다. 1992년 위안부 동원에 일본군이 관여됐음을 입증하는 정부 문서가 발견된다. 이에 일본의 4개 시민단체는 위안부 정보를 모으기 위해 ‘위안부 110번’이란 핫라인을 개설했다. 이때 익명의 제보로 미야기현에 사는 송 할머니가 마침내 세상에 드러난다. 이후 시민단체들은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을 결성하고 송 할머니와 함께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재판 투쟁에 나선다.

 

안해룡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2007) 재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송신도 할머니의 삶과 재판 과정을 담았다.

 

다큐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에서 할머니가 일본군이 새긴 문신을 보여주는 장면
다큐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에서 할머니가 일본군이 새긴 문신을 보여주는 장면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라는 이 영화의 제목은 10년간의 기나긴 법정 투쟁 끝에 일본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재판에 지고 만 송신도 할머니가 “그래도 마음으로는 지지 않았다”고 말한 것에서 빌려왔다. 영화는 송신도 할머니가 왜 이 싸움에서 결코 질 수 없는 사람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일본의 패전 뒤 일본에 가게 된 송 할머니는 1993년 4월 위안부 강제동원 등에 대해 도쿄지법에 소송을 제기해 법정 투쟁을 시작했다. 2003년 3월 일본 최고재판소가 상고를 기각해 패소가 확전되었지만, 10년에 걸친 재판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가 2007년에 공개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영화에서 “다시는 전쟁을 해서는 안된다”는 할머니의 호소는 깊은 공감을 얻었고, 영화는 현재도 일본 등 각지역에서 상영되고 있다.

 

송 할머니의 장례식은 재일조선인위안부재판을지원하는 모임이 비공개로 치렀다고 밝혔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824185.html#csidx3cf9e53e884e4d194c390f094654e4f onebyone.gif?action_id=3cf9e53e884e4d194c390f094654e4f